여러 프로덕트를 마주하며 느꼈던 프로덕트에 대한 고찰
"내가 만드는 프로덕트들은 모두 포트폴리오 용도였는데요.."
엊그제 자료들을 정리하며 자바스크립트를 처음 접했던 2022년이 생각났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여러 토이 프로젝트들을 시작으로, 조금 더 규모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에 도전하며 단순 포트폴리오를 위한 프로덕트들을 마구마구 양산해냈다. 그때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준은 조금만 불편해보이면 바로 프로덕트로 만드려고 실행부터 옮겼다. 그러다보니 런칭을 해도 1~2일 잠깐 반짝이고 지는 프로덕트들이 많았다. 덕분에 포트폴리오에는 넣을만한 프로덕트들이 많았지만, 프로덕트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들이 참 많았다.
대학 졸업을 할 때 쯔음 회사 생활을 하며 여러 팀원들을 만나 다양한 프로덕트들을 새롭게 만들면서 이를 디벨롭 시키기 위해 모두가 둘러앉은 회의실 풍경이 보였다.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띤 토의를 진행하고, 이야기하는 과정들을 조금 더 멀리서보니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나이가 좀 있는 어른들 같았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제품이라 평소에는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 어른들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프로덕트의 타겟층이 너무 알맞았고, 이로 인해 수익화를 진행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한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주변에 이렇게 창업하신 분들이 많았다)
첫 회사인 지란지교에서도 에디터를 만들며 에디터 하나가 여러 서비스에서 다양하게 사용이 되고 내부적으로는 기능이 참 많지만, 크게 보면 에디터 컴포넌트 하나가 이렇게 잘 팔린다는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지금의 회사인 안랩에서도 팀이 만들어지게된 역사와 프로덕트가 만들어지게된 계기들이 너무 궁금해서 수석 연구원님께 출근하자마자 물어보았다. 지금의 팀은 안랩에서도 스타트업 같은 조직이고 처음에는 TF와 같은 실험 조직이었다. TF에서 그렇게 서비스를 출시하게된, 현재는 안랩 치고는 2~3년 정도된 상당히 신생 팀이다.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많이 대두되고 있는 서비스 주제이기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달마다 1~2가지 큰 범위의 기능들이 추가되곤 한다. 물론 누군가의 요구사항의 의해 추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능이 추가되면 우리 서비스를 더 찾아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어 프로덕트에 기능이 디벨롭되어 추가되곤 한다. 생각해보니 지란지교에서도 누군가 시켜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능을 삽입하고 다양한 도전을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기능을 추가하자마자 빛을 보는 프로덕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점진적으로 사용자층이 늘며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덕트가 되어간다. 지금의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도 처음에는 사용자가 1개의 회사였다고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국내 회사들이 사용을 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글로벌한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
사랑받고 좋은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피와 땀이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 중에서도 주어진 일정 태스크만을 진행하는 수동적인 노력이 아니라, 정말 프로덕트를 사랑하는 감정을 오로지 몸소 느끼고 진취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단에서 진취적인 행동이 없다면 당장 그 프로덕트가 사랑받을지라도 언젠가는 그 빛은 서서히 저물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내가 조그마하게 만들었던 토이 프로젝트들이 잠깐 반짝이고 저물었던 이유는 단순히 완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과 조금은 진취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점인 것 같다.
"현우님 저도 입사하면서 조금은 익숙해지긴 했지만, 저도 아직도 도메인 지식을 많이 몰라요."
사실 안랩에 온 이유는 개발자의 꿈을 키워준 회사이기도 하지만, 학부에서 보안 도메인을 일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보안 도메인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도메인에 도전을 하려는 나지만 👀) 보안이라는 도메인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내가 만드는 기능의 사용처가 도대체 어딘지 모르고 개발을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기능 하나가 추가되면 내부에서 회의를 통해 잘 도출된 결과이니 사용처도 모른채 그냥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피그마랑 기획 문서를 이리저리 보며 기능에 따른 요구사항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 매일 매일 다양한 기능 추가를 진행하며 개발을 진행했다. 사실은 기능을 추가하고, 반영되는 과정의 전반적인 모습들을 보며 신나고 뿌듯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재미없었고 허무했다. 기능도 잘 구현하며 만들었고, 사용자들도 잘 사용을 하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걸 왜 만들어야하고 · 누가 사용하는지 · 왜 사용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팀에서는 여러 도메인을 맡아 프론트엔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블로그도 유지보수해야하고, 백오피스와 플랫폼도 개발을 진행해야했다. 사내 백오피스는 내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위협 포탈 서비스의 프로덕션 환경에서 영향을 주는 범위가 적어 나는 백오피스를 "나만의 놀이터" 라고 칭한다. 항상 실험적이고 다양한 도전을 진행하면서 백오피스에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왜 추가되어야하는지부터 기능 추가에 대한 역사를 질문하곤 한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러가면 백오피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분석가들의 책상을 스리슬쩍 엿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든 기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조금씩 확인을 해보곤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서 백오피스 개발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만든 서비스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성취감 있는 일이다. 반면, 실제 외부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협 포탈 서비스의 경우에는 기능이 워낙 빠르게 출시되어야하고, 기능을 만들며 대충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학습은 되지만 이 기능이 만들어지게된 "처음"을 모르다보니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냥 의미없이 벽보고 코딩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개발 자체는 너무 재미있는데 "왜 위협 포탈 서비스만 개발하면 너무 재미없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가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에서 결론에 다다랐다. 이 기능을 "왜" 만들어야하는지 정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던 것, 그리고 기능이 추가되기까지의 여러 과정들을 추적할 수 있다면 그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그 과정들을 반영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책임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들 꺼려했던 일이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처음 안랩에서 입사를 해서 블로그를 새롭게 리뉴얼하는 작업을 다들 꺼려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존 안랩 블로그가 구축되어있는 워드프레스를 학습해야했고, 또 이 과정들을 주마다 공유해야했다. 처음에 영문도 모른채 책상 위에 워드프레스 책이 놓여있었고, 현재 안랩 블로그가 워드프레스로 구성이 되어있으니 워드프레스를 학습하고, Vue를 이용해 백오피스와 워드프레스를 연동해 게시글을 작성하면, 위협 포탈 플랫폼과 안랩 블로그에 자동화가 될 수 있는 백오피스 환경 구성과 더불어 안랩 블로그의 전반적인 리뉴얼이라는 과제를 맡았다. 이것도 한번 역사를 물어봤었는데 너무 오래된 레이아웃과 컨텐츠 구성으로 인해 안랩 블로그를 새롭게 리뉴얼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워드프레스라는 새로운 학습 과정과 더불어 그냥 워드프레스라고 하면.. 다들 꺼려하셨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사실 꺼려했었다. "그래.. 개발은 하긴 하는데.. 워드프레스면 그냥 노코드 툴 같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처음 접근을 했던 것 같다. 이왕 초기에 과제로 받았기에 몰입해서 과제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워드프레스가 제공하는 기능이 많지 않았고 (커스텀 하기에는 소스코드 레벨에보다 한계점이 많았다), 추가적인 기능을 사용하려면 관련 플러그인을 리서치해서 적용을 하거나, 아니면 직접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를 통해 기능을 내부적으로 구현해야했다. 그리고 자동화를 하려면 REST API 관련 문서들을 리서치 해야했는데, 이 부분조차 친절하지 않아 포럼에서 가이드 문서를 찾아서 직접 백오피스 코드에 연결해 연동을 진행해야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워드프레스와 같은 노코드 툴로 인해 "직접 개발을 배우고 진행해야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괜한 시간을 버리는걸까?" 라는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것들 투성이였다. 더군다나 학습을 하고 팀원들에게 진행사항이나 워드프레스 및 백오피스 API 연동 방식에 대한 개념들을 설명을 해야했기 때문에 워드프레스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또 워드프레스 REST API는 어떻게 연동해서 자동화를 진행할 수 있는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안랩 블로그 자체를 리뉴얼하는 과정들이 없었다면 이런 값진 경험은 못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실 무거운 업무라기보다는 너무 재미있게 진행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나에게 왜 맡기셨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도 있었다. 이 생각들이 쌓이던 도중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이 된건가요?" 라는 말을 참다가 팀장님에게 뱉어버렸다. 팀장님은 리뉴얼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전 과정에 대해 천천히 차근차근 설명해주셨고, 프로젝트의 시작과 진행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과정을 파악하고나니 "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할까?" 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레 해결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책임감으로 변화하고, 곧 이 책임감이 프로덕트 오너쉽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조금은 어려웠던 순간들이었지만, 프로젝트 하나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껴갈 수 있었다.
"방어적으로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게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팀원으로서 느끼는 바는 이러하다. 어떠한 새로운 기능 추가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면,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기위해 함께 몰입을 하는 것이 아닌 "기능에 대한 개발과 구현에 있어 가능과 불가능을 바로바로 구분해 말한다" 물론 개발자라는 직업만 두고 보았을 때는 절대 틀린 행동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프로덕트를 고민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개발을 할 수 있고 없는 것과는 관계 없이 함께 몰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누군가는 "이거 안돼요, 저거 안돼요" 를 시전하게 되면 한계점에 부딪히고, 변화도 점차 느려지는 느낌이 든다.
엊그제 다른 회사에서 일화를 하나 듣게되었는데, 인사팀에서 불편한 사항이 있어 백오피스의 기능 개선을 요청을 했다고 한다. 열심히 요구사항을 정리해갔는데 요구사항을 받은 개발자는 "이 기능은 ~ 때문에 안됩니다" 라고 맞받아쳤지만, 며칠 뒤 동일한 요구사항으로 임원진이 기능 개선 요청을 진행했을 때 20분만에 개발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지만, 이런 안된다고 부정하는 행동들이 습관이 되면 스스로 방어적인 태도를 만들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조심스레 내려두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도 기획 과정을 함께하면 어떨까?
요새 좋아하는 말이 있다. "개발자도 기획의 과정에 동참해 함께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가는 것" 최근 팀장님이 내게 해준 말이다. 기업마다 문화가 다르고 그렇지 않은 개발자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개발자는 요구사항에 따른 명세와 피그마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면 되겠구나 정도를 파악하고 개발을 진행한다. 다만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어떤 이유로 부터 이 기능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게되면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개발을 진행할 수 있고, 예를 들면 "이 기능을 추가해보면 ~ 이유로 사용자한테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와 같은 생각들이 기능의 온전한 히스토리를 알기에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즐거움들과 사용성을 개선하는 과정들 덕분에 요구사항으로 들어오는 기능들마다 기능이 만들어지게된 히스토리에 대해서 물어보기 바쁜 것 같다. 기획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모든 과정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와 같은 중요한 무언가가 오가는 과정들) 때로는 그만큼 시간을 할애하는 과정일 수 있겠지만,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팀과 자신을 위한 또 하나의 투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서부터 다양한 프로덕트에 도전하고, 또 현업에서는 멋진 사람들과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배우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할 나날들이 많이 남았지만,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다, 또 과정과 결과를 통해 영향력을 제공하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 이것 저것 시도해보면서 더 좋고 다채로운 길을 넘나들며 다양한 인사이트들을 또 끄적여봐야겠다.